AgainMe 어게인미
책상 벽에 붙여 둔 파스텔 색상의 2027년 달력, 올해보다 내년을 기대하는 마음을 담은 사진

올해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

나는 매년 내년이 기다려진다.

올해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내년에는 아이들이 지금보다 한층 더 커 있겠지. 지금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고, 그만큼 내 손이 덜 필요한 순간들도 늘어날 거다.

그리고 내년의 나는 올해보다 빚을 더 많이 갚았겠지.

통장에 모인 돈도 조금은 더 많아져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아직 오지도 않은 내년이 기다려진다.

물론 내년이 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지금보다 조금은 나아져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내가 노력하면 달라지는 것들

이혼하고 나서 나는 많은 것을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일도 다시 시작했고, 경제적인 문제도 하나씩 정리해야 했다.

처음에는 언제 이 많은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싶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적어도 친구들에게 빌린 돈만큼은 모두 갚은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국 시간은 흘렀다.

나는 여전히 일을 하고 있고, 매달 빚을 갚고 있다. 많지는 않아도 적금도 유지하고 있다.

당장 눈에 띄게 생활이 달라진 건 아닐지 몰라도, 숫자로 보면 분명히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

예전에는 한참 멀게만 느껴졌던 일들이 조금씩 정리되고 있다.

그게 좋다.

내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쌓이는 일은 힘들어도 견딜 만하다.

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

반대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다.

혼자 아이 둘을 키우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물론 육아도 힘들다.

하지만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필요한 걸 챙겨주고, 문제가 생기면 알아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방법을 찾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다.

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데 정작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은 나에게 없는 상황.

아무리 방법을 찾아도 결국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결정에 달린 일들.

그런 상황이 생기면 참 답답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때는 무력감이 든다.

혼자인 건 괜찮은데, 돈도 없는 혼자라니

나는 혼자 있는 걸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혼자 보내는 시간이 편할 때도 많다.

다시 결혼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누군가에게 기대서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런데 가끔 이런 생각은 한다.

혼자인 건 괜찮다.

그런데 돈도 없는 혼자라는 게 참 짜증 난다.

ㅋㅋㅋㅋㅋ

경제적으로 여유라도 있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많을 텐데.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아질 텐데.

물론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그래도 돈이 부족하면 선택지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빚을 갚는 동시에 돈도 모으고 있다.

언젠가는 아이들과 독립해서 우리만의 공간에서 살아보고 싶고, 아이들이 다 크고 나면 나 혼자 살아가는 생활도 기대하고 있다.

그때는 지금보다 조금 더 자유롭게 선택하면서 살고 싶다.

오랜만에 펑펑 울었던 날

얼마 전 정말 오랜만에 펑펑 울었다.

이혼하기 전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울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훨씬 안정적으로 지내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일이 겹치면서 감정이 한꺼번에 터졌다.

나는 분명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빚도 갚고 있고, 돈도 모으고 있고, 아이들도 잘 키워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하나둘 생길 때마다 그동안 잘 버티고 있던 마음이 흔들렸다.

그날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을 이야기했다.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다.

그렇게 쏟아내고 나니 조금 진정됐다.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었다.

그저 나도 가끔은 감당하기 버거운 날이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하지만 그날 하루 힘들었다고 해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또 내년을 기다린다

나는 여전히 내년이 기다려진다.

2027년에는 아이들이 한 살 더 먹고, 나도 지금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겠지.

친구들에게 빌린 돈도 더 정리되어 있을 거고, 개인회생 변제도 조금씩 진행되고 있을 거다.

적금 통장에도 돈이 더 쌓여 있겠지.

그리고 2028년에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2029년에는?

2030년에는?

생각해 보면 내가 기대하는 미래는 거창한 게 아니다.

빚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

통장에 돈이 조금씩 쌓이는 것.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는 것.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

가끔은 지금의 시간이 너무 더디게 느껴진다.

하지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분명 달라진 것들이 있다.

예전에는 언제 끝날지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 시간이 지나고 난 뒤의 내 모습도 상상하게 된다.

물론 앞으로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은 생길 거다.

그럴 때마다 또 화가 나고, 답답하고, 울 수도 있겠지.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은 계속해 나갈 생각이다.

출근하고, 아이들을 챙기고, 운동하고, 빚을 갚고, 돈을 모으면서.

그렇게 하루하루 쌓아가다 보면 내년의 나는 올해의 나보다 조금 더 나아져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올해도 내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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